나를 비롯해 많은 언어학자가 한글의 경이로운 특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한글 문자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형태를 띠고 자음과 모음도 금세 구분이 되며 자음 간의 구분도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한글에서는 문자들이 결합되어 음질을 형성합니다. 따라서 한글은 알파벳문자(자음과 모음을 대신해 기호를 사용하는 문자 체계)의 장점과 음절문자(음절을 대신해 기호를 사용한 문자 체계)의 장점이 합쳐진 언어입니다. 그 결과, 한국인은 세계에서 어떤 국민보다 빠른 속도로 글을 읽는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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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한국어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만 다른 언어의 문자를 개량하기 위한 본보기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아프리카 수단에서도 외딴 지역에서 일하는 한 교사에게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지역에는 통용되는 부족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교사가 수단 학생들을 위해 한글을 기반으로 문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부족어는 한국어와 아무런 관계도 없지만 한글의 원리가 다른 언어에 적용해도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로마 문자-에트루리아 문자-그리스 문자-페니키아 문자-원시 시나이 문자-이집트 상형문자에 뿌리를 둔 문자 체계를 버리고 한글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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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에서 한글을 찬양한 덕분인지 초빙을 받아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그 후로도 나는 개인적 목적으로 한국을 계속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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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소년들과 사악한 사람들이 벌을 받은 게 아니었다. 피해자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죽음을 맞은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다.
적잖은 생존자가 사건의 충격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야 했다. 소수였지만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은 몇 주 동안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상실감을 견디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세상 모든 게 파괴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슬픔을 억누르며 각자의 가치관을 검토하고 삶을 다시 추스르는 느릿한 과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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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선의 경우에도 또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그들은 코코넛 그로브 화재 이후에 형성된 새로운 정체성과 화재 이전에 확립한 과거의 정체성이 모자이크mosaic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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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혹은 친척이나 친구의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개인적 비극을 경험한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비극도 코코넛 그로브 화재가 492명의 피해자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듯이, 당사자뿐 아니라 당사자와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아픔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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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란 무엇일까? 먼저 어원적으로 정의하면, 영어에서 '위기'를 뜻하는 crisis는 그리스어의 명사 krisis와 동사 krino에서 파생했다. 이 단어들은 '분리하다', '결정하다', '구분하다', '전환점'을 뜻한다. 따라서 위기는 중대한 고비 혹은 결정적 순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그 '순간'의 전후 조건이 '많은' 다른 순간의 전후 조건과 '확연히' 달라지는 전환점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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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서 '순간', '많은', '확연히'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강조한 이유가 있다. 그 순간이 얼마나 짧아야 하고, 변화된 조건이 얼마나 달라야 하며, 작은 사건이나 점진적이고 자연스러운 변화와 달리 '위기'라고 부를 만한 전환점이 대부분의 다른 순간보다 얼마나 드물어야 하는지 알아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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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해석하면 긴 간격으로 드물게 일어나는 극적인 변동에만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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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인과 국가의 경우 대부분의 위기는 오랜 기간 축적된 점진적 변화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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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압력이 갑자기 폭발할 때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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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생한 사건의 인정"이라고 겸허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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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과거에 위기를 견뎌낸 사례에서 자신감을 얻듯 국가도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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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한 사례를 연구하는 저자는 비교 연구를 지나치게 단순하고 피상적이라고 매도하지만, 비교 연구의 저자는 단일 사례 연구가 다양한 의문을 폭넓게 다루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하나의 국가를 연구하는 사람은 결국 어떤 국가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빈정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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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으로 압축하는 작업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많은 것을 생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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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간결함에는 그에 따른 보상이 있다. 간결하게 정리한 덕분에 독자는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 및 예외와 가정에 집중력을 상실하거나 압도되지 않으면서 전후 독일과 다른 국가들 사이의 주된 쟁점을 어렵지 않게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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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야기체narrative style로 서술했다. 달리 말하면 역사학자들의 전통적 서술 방식으로, 2,400년 전 그리스의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가 개발해 역사학의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이다. 이야기체는 방정식과 그래프, 통계적 가설 검증을 사용하지 않고 소수의 사례 연구를 근거로 추론하며 주장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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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개념을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단위로 바꾸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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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도로 변하는 쟁점에 대해 오늘 내가 뭔가를 쓴다면 이 책이 출간될 즈음에는 글의 가치가 민망할 정도로 떨어질 테고 수십 년이 지난 후에는 폐기해야 마땅한 정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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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11월 30일 소련의 대대적인 공격에 핀란드는 느닷없이 위기를 맞았다. 그 결과로 시작된 겨울 전쟁Winter War에서 핀란드는 모든 잠재적인 동맹국들로부터 실질적으로 버림받고 엄청난 손실을 입었지만, 인구가 40배나 많은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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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유산은 뚜렷한 선택적 변화였고 그런 변화로 핀란드는 대조적인 요소로 뒤섞인 미증유의 모자이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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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돌아와 파리에서 거의 1년 만에 만난 부모와 함께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내 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나는 과학자의 길에 대한 실질적이고 철학적인 의문을 부모에게 솔직히 털어놓으며 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내가 혼란에 싸여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두 분도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두 분은 묵묵히 듣기만 할 뿐 나에게 어떻게 하라고 섣불리 조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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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닥치면 당신은 새로운 대처법을 찾아내려 발버둥 치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정체성과 가치관과 세계관에 의문을 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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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중대한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돕는 이들의 반복된 관찰에 따르면 약6주 내에 어떤 형태로든 결과가 나타난다. 그 짧은 과도기에 우리는 그때까지 소중히 간직하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과거보다 개인적 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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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심리 치료라는 전통적 방법은 당면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어린 시절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으므로 효과를 기대하기까지 속도가 무척 느리기에 위기 상황에서는 부적절하다. 그러나 '위기 치료crisis therapy'는 현재의 위기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위기 치료법을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은 독일계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린데만Erich Lindemann(1900~1974)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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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치료법은 급격한 위기가 대략 6주 내에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주 1회씩 대략 여섯 번의 상담으로 이루어지는 단기적 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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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위기 상태에 빠지면 누구나 삶에서 모든 것이 잘못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좌절에 빠진 상태에서는 한 번에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쉽지 않다. 따라서 첫 상담에서 심리 치료사의 일차적 목표는 '울타리 세우기building a fence'라 일컫는 방법을 동원해 그런 마비를 해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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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하면 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실제로 잘못된 것을 구체적으로 찾아내 "내 문제는 이 울타리 안쪽에 있어. 바깥쪽에 있는 것들은 모두 정상이고 전혀 문제가 없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곧바로 안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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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에서 심리 치료사는 환자가 울타리 안쪽의 문제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도록 도움을 준다. 환자는 그렇게 '선택적 변화'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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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생각하면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할 듯 하지만, 그런 변화는 애초부터 불가능하고 환자에게 압박감만 더해줄 뿐이다. 하지만 선택적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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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국가적 위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검토할 만한 가치를 지닌 요인을 찾아내는데는 심리 치료사의 방법을 빌리는 것도 유용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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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치료사들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요인을 12가지 찾아냈다.
1. 위기 상태의 인정
2.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개인적 책임의 수용
3. 울타리 세우기. 해결해야 할 개인적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조건
4. 다른 사람과 지원 단체의 물질적이고 정서적인 지원
5.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사람의 사례
6. 자아 강도
7. 정직한 자기평가
8. 과거에 경험한 위기
9. 인내
10. 유연한 성격
11. 개인의 핵심 가치
12. 개인적 제약으로부터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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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기 상태의 인정
... "그래, 나한테 문제가 있어!"라고 인정할 때까지는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진전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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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개인적 책임의 수용
"나한테 문제가 있어!"라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후에는 대부분이 "하지만 내 문제는 다른 사람 때문에 생긴 거야. 그 사람 때문에, 외부 요인 때문에 내가 이렇게 불행한 거야!"라는 핑계를 덧붙인다. 이처럼 피해자 역할을 자처하는 경향, 즉 자기 연민은 사람들이 개인적 문제의 해결을 피하려고 내세우는 가장 흔한 무기이다. 따라서 우리가 "나한테 문제가 있어!"라고 인정한 후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장애물은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책임을 떠맡는 것이다. "그래, 외부 요인도 있고 다른 사람도 있어. 하지만 그들이 나는 아니잖아. 내가 그 사람들을 바꿀 수도 없고, 내 행동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외부 요인과 다른 사람이 변하기를 바라면 그들이 바뀌도록 유도하는 것도 내 책임이야. 그렇게 하려면 나부터 행동하고 대응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하겠지. 내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그들도 자발적으로 변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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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울타리 세우기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아내고 자세히 묘사하는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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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맞은 사람이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하면 자신에게 결함이 많다고 생각해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실패를 예방하려면 핵심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해야 한다. 당신의 어떤 부분이 아직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가? 변할 필요가 없는 부분과 계속 고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기 위해 무엇을 버릴 수 있고, 버려야 하는가?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이런 '선택적 변화'는 위기에 빠진 국가의 재평가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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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른 사람과 지원 단체의 물질적이고 정서적인 지원
위기를 극복한 사람은 친구 혹은 관련 단체의 물질적∙정서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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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사람은 문제 해결 능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기 때문에 대신 냉정하게 판단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정보와 새로운 직업 및 새로운 동반자를 구하고 양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물질적 지원의 한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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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서적 지원으로는 푸념을 묵묵히 들어주고 쟁점을 명확히 규정하는 데 도움을 주며, 일시적으로 상실한 희망과 자신감을 되찾도록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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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사람의 사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유는 그의 가치관을 대안적 대처법의 본보기로 여기기 때문이다. 위기를 이겨낸 사람이면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유사한 위기를 무사히 견뎌냈고 성공한 대처법을 지닌 까닭에 모방하고 본보기로 삼을 만한 사람을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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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우리가 당면한 것과 유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가감 없이 가르쳐줄 친구가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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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자아 강도
심리학에서 '자아 강도'라 일컫는 요인은 위기에 대처할 때 중요한 동시에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 자아 강도는 자신감과 관계가 있지만 의미의 폭이 훨씬 더 넓다. 자아 강도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발버둥 치지 않고 생을 위해 자의식과 목적의식으로 무장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된 자아로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자아 강도에는 격한 감정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 압박감을 받으면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는 능력,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며 건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된다.
이런 능력들은 서로 관련이 있으며, 위기 상황에서 종종 야기되는 지독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자아 강도는 어린 시절에 발달하기 시작한다. 특히 자녀를 독립된 존재로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자녀에게 부모의 꿈을 강요하지 않고, 실제보다 더 점잖거나 더 패기있게 행동하기를 요구하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랄 때 자아 강도가 발달한다. 또 자녀가 원한다고 무엇이든 밀어주지 않고 반대로 자녀가 원하는 것을 무작정 빼앗지 않음으로써 자녀에게 좌절을 견뎌내는 법을 가르치는 부모 밑에서도 자아 강도가 발달한다. 이런 모든 배경이 자아 강도를 형성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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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직한 자기평가
이 요인은 자아 강도와 관련 있지만 따로 떼어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다. 위기를 맞은 사람이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고통스럽더라도 정직한 자기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 제대로 작동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정확히 평가하는 경우에만 강점을 유지하고, 약점을 새로운 대처법으로 교체하며 선택적 변화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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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과거에 경험한 위기
과거 어떤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은 이번에 닥친 새로운 위기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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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관계의 붕괴는 어떤 연령층에서나 큰 충격을 주지만, 특히 가까운 관계의 해체는 엄청나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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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인내
불확실성과 애매모호함 혹은 변화 시도의 실패를 용납하는 마음가짐, 즉 인내심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위기에 빠진 사람이 첫 시도에서 완벽한 대처법을 찾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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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유연한 성격
선택적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경직되고 융통성 없는 성격보다 유연한 성격이 더 낫다. '경직성'은 하나의 방법밖에 없다는 완고한 믿음을 뜻한다. 이는 다른 방법의 탐색을 방해하고, 과거에 실패한 접근법을 성공적인 새로운 접근법으로 교체하려는 시도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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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성과 완고성은 과거에 겪은 학대와 정신적 외상의 후유증일 수도 있고, 가족의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허용하지 않는 양육법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한편 유연한 성격은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권리를 허락받은 자유에서 비롯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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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예측할 수 없고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존재이니 부모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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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개인의 핵심 가치
역시 자아 강도와 관련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핵심 가치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믿음을 뜻한다. 또 종교와 가족에 헌신하는 마음처럼 도덕률과 인생관의 기초를 이루는 것도 핵심 가치라 할 수 있다. 위기에 맞닥뜨리면 선택적 변화를 받아들일 때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어떤 핵심 가치를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고수할 것인지 알아내야 한다. "죽어도 '그것'을 바꿀 수는 없어!"라고 다짐할 만한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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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개인적 제약으로부터 해방
마지막으로 언급해야 할 요인은 선택의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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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순한 원칙들은 지극히 명백하지만 개인과 국가는 경쟁이라도 하듯 이 원칙들을 빈번하게 무시하거나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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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는 단순함과 아름다운 효과를 빚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와 실내장식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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