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스토리는 2015년 출시 됐습니다.
‘헐 스토리’는 취조 과정을 녹화한 단편적인 영상을 관람하여 플레이어가 시간대를 재구성해나가는 게임입니다.
키워드 입력을 통해 플레이어가 직접 영상을 검색하고 검색한 영상을 시청하며 사건의 진실을 파악해나가는 게 목적입니다.
검색창에 특정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키워드를 담고 있는 영상이 최대 5개까지 나열됩니다.
플레이어는 영상을 시청하고 연상되는 다른 키워드를 입력하여 같은 행위를 반복해 나갑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여성의 진술을 확인하고 엇갈리는 부분은 없는지 시간상의 오류는 없는지를 알아 나가야 합니다.
비선형식 진행 구조입니다.
영상을 바탕으로 플레이어는 머릿속에서 사건을 재조립하고 진실을 찾아야 하는 구조라 플레이어가 게임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헐 스토리'는 플레이어 스스로 상상력을 동원해 스토리 텔링을 하는 게임입니다.
“깊은 스토리 텔링을 하고 싶어 하는 개발자들은 ‘애매모호’라는 단어와 ‘상상력’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힘을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헐 스토리’를 개발한 영국의 게임 크리에이터 ‘샘 바로우(sam barlow)’는 이와 같은 말로 입을 열었습니다.
샘 바로우(Sam barlow)의 강연 제목은 ’플레이어의 상상력 자극하기’.
강단에 오른 샘 바로우는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헐 스토리’를 제작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점을 소개하며 ‘애매’한 잠재적 다의성과 비선형적 구조를 가진 게임을 제작할 때 스토리 텔링하는 기법을 소개했습니다.
비선형적이며 비연속적인 스토리 텔링을 구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뭉클함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이에 샘 바로우는 상상력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플레이어의 두뇌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게임 엔진이다. 이 게임은 스스로 포인트를 인지하게 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향으로 스토리 텔링 타입을 설계했다.”며 “상상력은 더욱 풍성한 스토리 텔링을 가능하도록 해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상력은 어렴풋이 던져주는 스토리 텔링 덕분에 생기는 심란함에서 유래합니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조사하게 됩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300여 개의 분리된 취조 영상들이 있고 이것들은 시간과 내용에 따라 마구잡이로 분류되어있는 상태로 접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취조 영상을 순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대신 검색을 통해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통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영상을 보고 떠오르는 혹은 연결되는 이미지를 활용하여 새로운 영상을 찾아봅니다.
상상력이 이를 가능하게 되고 점차 영상과 진술은 시간 순서대로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연출된 게임 흐름에 강제되지 않기 때문에 비선형적 이야기 구조를 접할 수 있습니다.
바로우는 이렇게 게임을 기획하게 된 아이디어를 샤론스톤이 출연한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얻었습니다.
또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빙산의 일각’에서도 영감을 얻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둔 것으로, ’빙산의 일각’처럼 실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얼음이 수면 밑에 숨겨져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숨겨두고 플레어로 하여금 끊임없이, 더욱 많이 상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상상력과 지금까지 밝혀진 이야기를 조합해 다음 이야기를 알아가기에 플레이어는 더욱 깊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됩니다.
“플레이어의 상상력에 디테일이 결합하게 되면 이야기는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 그래픽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보통의 게임이라면 낮은 퀄리티의 그래픽은 게임의 가치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우의 의견은 조금 달랐습니다.
“요즘 비디오 게임은 시간과 공간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플레이어가 명확하게 이야기를 전달받고 상황을 통제하기 바라기 때문인데, 이러한 흐름이 ‘애매함’을 사라지게 하였다.”
애매함은 플레이어의 두뇌를 자극하여 상상력을 끌어내는 원천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면 플레이어는 생각하는 것을, 추리하는 것을 그만두게 됩니다.
바로우는 애매함이 사라짐에 따라 게임 내에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점점 갈수록 없어진다고 주장 했습니다.
바로우는 이러한 문제점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퀘스트 등으로 플레이어가 해야 할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면 게임 내 이곳저곳에 존재해야 할 애매함이 위치할 자리가 없어진다는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이야기의 애매함은 필요하지만, UI의 난해함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야기의 불편함과 UI의 불편함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바로우는 처음 ’헐 스토리’를 만들 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게임 내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플로차트처럼 정해진 길이 있었습니다. 한참 작업 중 그는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말 좋아하고 구현하고 싶은 게임이 무엇일까?“
그는 이런 생각이 들자 메모장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은 게임을 만들어, 작가가 집어넣은 이야기를 플레이어들이 탐험하며 진실에 다가오게 하고 싶다.
▲ 그래서 나는 ‘의미 있는 문장’이 선택 혹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일이 없게 할 것이며
▲ 그래서 개입이 없는 게임을 만들 것이며
▲ 그래서 숨은 의미를 품고 있는 게임을 만들 것이다.”
바로우는 직접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숨은 의미가 도처에 존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 준비한 상호 작용은 그렇게 신선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감정을 이입할 만한 장치도 없었습니다.
"구조가 잘 짜였다면 캐릭터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예측하지 못한 문제를 풀기도 전에 복잡함과 짜증을 동반한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난 단지 상호작용이란 요소를 게임만이 가능한 요소라고 치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통적인 스토리 텔러들이 대화와 청자의 분위기를 이용해 만들었던 교감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렇게 애매한 이야기 전달 구조를 가진 '헐 스토리'가 탄생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정보 조각을 마음속에서 하나씩 맞춰나가야 합니다.
마치 직소 퍼즐처럼 말입니다.
바로우는 "플레이어는 영상을 보고 상상력을 동원해 그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려고 노력한다. 이 부분에 대해 플레이어는 장르상 교육이 되어 있는 상태라 게임에 상당히 익숙하므로 상상력을 증폭시켜줄 도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도구는 '반전'입니다. 반전은 시뮬레이션을 뒤집기에 아주 좋은 요소입니다. 이제껏 믿어왔던 것들 그리고 잠깐 미뤄두었던 정보들이 새로운 가치를 보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뉴턴의 작용 반작용 법칙처럼 이야기에 깊숙이 몰입되어 있는 플레이어가 반전을 겪고 그 반발력으로 다른 정보를 찾기 위해 더 열심히 이야기 속의 녹아든다는 뜻입니다.
반전을 겪은 플레이어는 다시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해 허둥지둥 다시 상상력을 동원합니다.
누군가에 내가 짜놓은 것이 진짜라고 설득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출처:
inven.co.kr/webzine/news/?news=15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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