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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리 소포라] ‘홀로 위시리스트’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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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E 2022. 2. 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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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의 실전 싱글기 ④ ‘홀로 위시리스트’의 실천

 

 

 


선택의 마지노선은 주로 ‘결혼할 때’였다. 

예쁜 그릇 세트가 사고 싶어도 ‘결혼할 때 사면 돼’였고, 큰 침대가 갖고 싶어도 ‘결혼하면 살 텐데’였다. 

엄마도 언니도 그랬지만, 나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래 결혼하면 좋은 거 살 텐데, 그냥 살지 뭐. 

‘곧’이 ‘조만간’이 되고, 머잖아, 언젠가, 아마도를 넘어 이젠 ‘결혼이 뭐니?’의 상태로 접어들었다.


결혼은 ‘일단’ 안 하는 것으로 정리한 이후부터 그 선을 과감하게 지워버렸다. 

결혼할 때 사려고 참아왔던 위시리스트를 차곡차곡 실현해나가기 시작했다. 

예쁜 그릇부터 샀다. 

집에서 가져온, 언니한테 얻었던 제각각 접시들은 치우고, 요즘 마음이 간 우드세트와 스테인리스세트로 채워 넣었다. 

큰맘 먹고 산 긴 원목 테이블과 찻잔 세트는 혼자서도 잘 살기를 응원하며 내게 준 선물이었다.

 그릇 욕구를 채운 뒤 두번째 위시리스트인 식물을 집에 들였다. 

거실을 정글로 만들고 싶지만, 때맞춰 물을 주고, 때가 되면 햇볕도 쬐여줘야 하는 ‘식물 키우기’는 ‘직장인 홀로’에겐 그 자체로 일이었다. 

“결혼해서 남편과 키워라”는 엄마의 ‘마지노선 잔소리’를 핑계 삼아 엄두를 내지 않았다. 

인터넷의 바다를 뒤져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우연히 알게 된 극락조를 입양했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등 키우기는 쉬운데 외향은 또 엄청 화려해서 집에 두기만 해도 그림이 된다. 

은근 키우기 쉬운 작은 마오리소포라(사진)도 식탁 위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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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마지막 로망도 실현했다. 해먹 설치하기. 베란다에 걸어놓은 사진이나 마당에 둔 지인의 집을 보며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다. 벽에 못을 박을 필요 없는, 끼우면 되는 조립용 스탠드를 사서, 해먹을 걸었다. 해먹에 누워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잠도 잤다. 음악도 들었다. 세가지 위시리스트가 모두 실현되는 순간, 혼자 살아도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은근 정착의 안정감을 준다. ‘뭐든 시작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다. 홀로들에게 결혼은 너무도 큰 변수다. 연인이 나타나고, 결혼 날짜를 잡는 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난다. 상대의 상황에 따라 주거 지역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의 내 선택이 돈과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다. “결혼해서 하면 돼”라는 마지노선은 엄마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지혜다.
하지만 홀로를 결심했다면 더는 오늘을 ‘임시방편’ 삼지 말자. 작은 위시리스트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홀로 생활은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취향은 변할 수 있으니 잠 못 잘 정도로 생각나는 게 아니라면 비싼 것만 사지 않으면 된다. 몇천원짜리 스테인리스 접시도 모아두면 멋진 식탁을 완성한다. 스스로 뿌듯해하는 해먹도 절대 비싸지 않다.


가끔 집에 오는 남동생은 나의 위시리스트를 볼 때마다 혀를 끌끌 찬다. 

“예쁜 찻잔을 따르고, 해먹에 누우면 뭐해. 혼자서 뭔 청승이냐.” 

유부남인 동생은 모른다. ‘로망’이 갖춰진 ‘홀로 공간’의 적막은 쓸쓸함이 아닌 ‘비지엠’이라는 것을.

 

 

출처:

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33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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