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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2] - 이민진

Reading/Novel

by 다시E 2021. 3. 1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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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2

PACHINKO


 

 

 

 

 

 

 

 

 

 

조문객들이 검은 정장을 입은 작은 소년을 보고 울음을 터뜨릴 때 그 어린 소년은 오히려 "울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조문객들을 위로했다. 솔로몬은 "엄마는 캘리포니아에 계세요"라고 말하며 조문객들을 진정시켰다.

-165-

 

한번은 솔로몬이 엄마에게 캘리포니아가 뭐냐고 물었을 때 유미는 "천국이야"라고 대답했다.

-166-

 

선자는 노점상을 하거나 식당 부엌에서 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한수는 요즘 젊은 여자들과 달리 자신의 돈을 받지 않은 선자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도쿄에서는 프랑스 향수 한 병이나 이탈리아 구두 한 켤레로 여자를 살 수 있었다.

-180-

 

"내가 여기 오고 나서 네 아버지가 일요일마다 찾아와. 엄마한테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나는 가끔씩 자는 척하다가 저 의자에 앉아서 날 위해 기도하는 네 아버지를 봤어. 난 하나님을 믿지 않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이전에는 날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 솔로몬."

-362-

 

"네 할머니와 큰할머니도 토요일에 찾아와. 그거 알고 있었니? 그들도 날 위해 기도해줘. 예수 따위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아픈 사람을 어루만져주는 사람들한테는 뭔가 성스러운 게 있어. 여기 간호사들은 날 만지기 무서워해. 네 할머니는 내 손을 잡아주고, 네 큰할머니는 내 몸이 너무 뜨거울 때 내 머리에 시원한 수건을 올려줘. 두 분 다 내게 친절해. 내가 이렇게 나쁜 사람인데....."

-362-

 

나는 역사학을 전공했고, 1990년에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 후 로스쿨에서 2년 동안 법률을 공부했습니다. 법조계를 떠난 1996년 초, 일본에서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많은 소설들과 이야기들을 썼지만 초안으로 그치고 출판된 것은 없었습니다. 나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미주리 리뷰The Missouri Review>에 생일날 지문을 찍고 외국인 신분증을 받는 조선계 일본인 아이에 관한 이야기인 단편소설 <조국>이 실렸습니다. 이 단편소설은 <파친코>에 영감을 준 소설로, 후에 페덴 상을 수상했습니다. 나는 대학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도 소설화해서 뉴욕예술재단에서 주는 장려금을 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수업을 듣고 보모를 고용해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책을 출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이 초창기에 받았던 인정은 내게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384-

 

일본에서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삶 대부분이 경시당하고 부인당하고 지워진다는 이야기를 글로 써야 한다는 고집스러운 내 믿음은 확고했습니다. 

-385-

 

나는 이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지식이나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엄청나게 많은 연구를 했고, 조선계 일본인 공동체에 관한 소설의 초안을 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2007년, 남편이 도쿄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우리는 일본 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그 땅에서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 수십 명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내가 이 이야기를 잘 못 썼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385-

 

조선계 일본인들은 역사의 희생자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을 만났을 때 그 어떤 사람의 인생도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일본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복잡하고도 광활한 인생사에 겸허해져서 옛 원고를 버리고 2008년에 다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출판될 때까지 쓰고 또 쓰고 수정했습니다.

-385-

 

책을 덮으며 12세기 유럽의 사상가 성 빅토르의 휴의 말을 떠올려본다.

"자신의 조국만 좋아하는 사람은 아직 어린아이와 같다. 어디를 가도 자신의 조국처럼 느끼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세상 모두가 다 타국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야말로 완성된 사람이다."

-394-

 

선자도 엄마 양진처럼 여자로서의 인생은 잊어버린 채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평생을 고생스럽게 살면서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396

 

경희의 남편 요셉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남자가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엔, 남자가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대로 살 수 없는 몸이 되자 술에 의지하고 쉽게 화를 내는 다루기 힘든 인간으로 전락해 가족들의 짐이 되고 만다.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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