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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진료비 공시제] 표준수가제 조기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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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E 2022. 4. 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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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진료비 병원마다 들쭉날쭉
많게는 11배 차이…표준수가제 조기 도입 불투명
진료항목 표준화 어려워

 

 

한 동물병원의 면회실에서 입원한 동물과 보호자가 만나고 있습니다. / 강윤중 기자
1월 20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 등 생활공약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 국회사진기자단

 

사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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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황정화씨(56)는 ‘댕댕이 토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토리는 태어난 지 12년이 지난 시추 품종의 개입니다. 

개를 친근하게 부르는 ‘멍멍이’와 글자 모양이 비슷한 데서 유래한 ‘댕댕이’란 표현을 황씨는 유독 좋아합니다.

황씨가 어릴 적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토종견 ‘동경이’를 ‘댕갱이’로 불렀던 기억이 있어서입니다.

토리는 동경이와는 전혀 다른 종이지만 황씨 집에 들어와 산 10여년 동안 가족의 일원이 됐습니다.

황씨가 토리의 수술을 고민하는 것도 무엇보다 토리가 그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동물병원에서도 억지로 수술을 권하진 않아요. 토리가 노견이라 수술 후 삶의 질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회복이 힘들어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어서요. 게다가 수술비까지 생각하면….” 황씨는 토리의 비장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술을 잘한다는 동물병원도 수소문해보고 대학 부속 동물병원까지 알아봤습니다. 

동물병원마다 수술비 차이가 많게는 150만원까지도 났습니다. 

황씨 집안의 경제사정으로선 수백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술비와 향후 입원 및 치료비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애들 아빠는 제일 싼 곳으로 가자고 하지만 그것도 내키진 않고, 그렇다고 토리한테 물어볼 수도 없으니….”


황씨 같은 사연은 어느 동물병원에 가도 쉽게 들을 수 있는, 흔한 일이 됐습니다. 

“정말 치료 가능성이 없으면 안락사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기도 하는데, 보통 20만원 내외인 그 비용도 내기 어렵다는 가구를 볼 때 맘이 아프죠. 그래도 안락사를 고려할 나이면 애정을 갖고 키워온 집이니까요.” 

서울의 한 동물병원 개원의인 김모 원장은 ‘가족’의 ‘생명’을 두고 내리는 결정도 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냉정한 현실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바꿔 생각해봐도, 누구든 가족이 아프면 5대 병원의 유명 교수한테 데려가고 싶지만 아무나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절충형으로 내년부터 진료비 공시제


김 원장은 반려동물을 직접 돌보고 키우는 ‘가족’이 오히려 복잡한 감정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자신이 최대한 객관적인 소견으로 내원한 반려동물의 현재 삶이 어떤 수준인지 점수로 매깁니다.

 

반려동물 중 가장 수가 많은 개를 예로 들면, 통증과 배고픔, 위생상태, 활동성 등 7가지 항목마다 점수를 매기는 식입니다. 다소 불편하지만 약을 먹으면 생활에 큰 지장은 없는 수준인지, 당장 수술이 시급한 상태인지, 아니면 이미 진통제를 써도 약효가 크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 삶을 정리해줘야 할 정도인지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김 원장은 “내가 고안한 방법이 아니라 수의사라면 다들 아는 얘기지만 수의사마다 성향의 차이 때문에 점수를 언급하느냐 마느냐가 갈릴 뿐”이라며 “적어도 나는 이 방법이 반려동물 가족이 진료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최선책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사람과 달리 동물 진료는 질환을 겪고 있는 몸의 상태가 어떤지 말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쉽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개와 고양이, 햄스터 등 일부 종에만 집중됐던 진료 대상이 점차 다변화되는 양상도 어려움을 더합니다. 진료항목을 표준화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 동물 진료서비스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라 불만이 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선거 과정에서 반려동물 공약으로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을 내건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습니다.


일단 현실만 놓고 보면 현재 동물 진료비는 병원이 ‘부르는 게 값’인 형편입니다.

각 동물병원이 임대료나 인건비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따라 자율적으로 책정합니다. 지난해인 2021년 1월 한국소비자연맹이 동물병원 125곳을 대상으로 초진·재진·야간 진료비 편차를 조사한 결과 가장 싼 곳과 비싼 곳의 차이가 적게는 5배(초진)에서 많게는 11배(재진·야간)까지도 나타났습니다. 2017년 9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예방접종비와 혈액·엑스레이 등 검사비, 중성화 수술비용 등 가장 내원 빈도가 높은 진료항목에 대해 진료비 편차를 조사할 결과에서도 적게는 2배(DHPPL 접종)에서 많게는 6배(일반혈액검사·수컷 중성화 수술)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수의사들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단 현행법에 따르면 수의사들끼리 진료비 수준을 통일할 경우 담합으로 처벌받습니다. 담합을 하려고 해도 각각의 세부적인 진료항목이 달라 담합이 이뤄지기 힘듭니다. 가장 흔하고 비용도 낮은 수준인 개 중성화 수술을 보면 수술 부위를 절개할지 아니면 절개 없이 복강경 수술로 할지에 따라, 또 마취약을 주사로 투여할지 아니면 호흡기에 씌우는 튜브를 통해 흡입시킬지 등에 따라 각기 비용이 달라집니다. 경기 성남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조모 원장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표준수가제를 도입해도 별 상관 없다고 생각하지만 수의사회 차원에서 ‘선 진료항목 표준화’를 입장으로 정했으니 다른 병원 눈치 때문에 대놓고 표준수가제를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2024년부터 진료항목 표준화

 

그렇다고 개원 수의사들이 대놓고 표준수가제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늘어나고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도 늘어났기 때문에 이들을 ‘고객’으로 모셔야 하는 동물병원에서 소비자들의 요구와 배치되는 주장을 내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특히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서로 다른 현실을 익히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지역 내 각각의 동물병원 진료비 수준을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 등에서 공유하는 일이 흔합니다. 김 원장은 “인터넷에서의 평판과 입소문이 큰 영향력을 보이는 동네일수록 수의사들도 손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한수의사회 등 수의사 단체들이 줄곧 요구해온 ‘진료항목 표준화’는 일단 어느 정도 진척이 됐습니다. 

진료비용을 표준화하는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려면 그보다 먼저 진료항목과 체계부터 표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어느 정도 법에 반영된 상태입니다. 올해 1월 개정된 수의사법을 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의 질병명, 진료항목 등 동물 진료에 관한 표준화된 분류체계를 작성해 고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20조 3항이 신설됐습니다. 동물병원 개설자가 게시한 진료비용과 그 산정기준 등을 조사해 공개하는 방안을 담은 제20조 4항 또한 신설됐습니다. 다만 제20조 3항은 2024년 1월 4일부터, 4항은 2023년 1월 4일부터 시행됩니다. 내년 1월 4일부터 함께 시행되는 조항 가운데엔 수술비용을 고지할 것과 진료비용을 게시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됐습니다.


일단 내년 1월부터는 그동안 표준수가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에 따라 절충형 방안으로 제시된 ‘진료비 공시제’가 시행되고, 그 1년 뒤인 2024년 1월부터 진료항목 표준화가 시행에 들어갑니다. 보험업계를 비롯해 반려동물을 키우며 적잖은 진료비용 때문에 반려동물보험의 보편화를 기대해온 일부 소비자들은 후속조치로 표준수가제까지 도입해야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문제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내건 공약인 표준수가제가 빠른 시일 안에 가시화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 1월 20일 당시 윤석열 후보는 “동물복지공단을 설립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다빈도 고부담 질환에 대한 ‘표준수가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표준수가제 도입에 앞서 특정 진료나 수술을 진행할 때 수의사가 행할 의료 행위나 절차 등을 담은 ‘진료항목 표준화’가 개정 수의사법 규정대로 2024년까지 원활하게 마련돼야 합니다. 이 표준화된 진료체계 안에는 동물의 모든 질환에 따라 행해지는 수의사의 치료 행위 각각에 고유의 코드를 부여해야 합니다. 해당 질환마다 가이드라인 제시 의무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려동물 질환의 종류를 고려하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는 작업입니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 갈수록 급증

 

표준수가제 논의는 진료항목 표준화가 완성된 시점부터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뒤 표준수가제를 바탕으로 보험업계의 상품 개발 및 출시가 본격적으로 이어집니다.

반려동물보험을 원하는 소비자가 당분간은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빠른 성장에 비해 유독 보험상품 개발만 뒤처진 이유가 수가를 산출하기 극히 힘든 동물병원 업계의 사정 때문이었다”며 “일단 진료항목이 표준화될 예정이어서 표준수가제도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단시일 내에 정책 환경이 바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선 동물병원 표준수가제를 이미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1974년 12월 수의사법 개정으로 ‘동물병원 진료보수기준’이 도입되면서 진료비는 수의사회가 정한 뒤 농수산부 장관의 인가를 받는 방식으로 시행됐습니다. 당시의 진료보수기준은 전국의 동물병원에 일괄적으로 명시된 액수를 적용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따른 차이를 용인하고 상한액과 하한액 사이에서 진료비를 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었습니다. 25년 가까이 시행되던 표준수가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경성카르텔 금지’ 권고안을 채택하는 등 국제적으로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여론이 강해지면서 1999년 사라졌습니다. 한동안은 시장 자율화 원칙에 따라 각 동물병원이 진료서비스 수준과 함께 가격으로 경쟁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312만9000가구에 달해 전체 가구 중 약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개를 키우는 가구가 242만3000가구(11.6%),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71만7000가구(3.4%)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크게 늘어나 동물병원 진료 수요 역시 늘면서 진료비를 낮추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려동물 진료서비스와 별개로, 일명 ‘펫코노미’로 불리는 전체 반려동물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8994억원에서 2021년 3조7694억원 규모로 매년 성장해왔습니다.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수준까지 성장해 유아용품 시장 규모를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국내 유아용품 시장 역시 성장하고는 있지만 2019년 4조원대에 진입한 뒤로는 신생아 출산 감소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점과 대비됩니다.

 

 

 

출처:

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417083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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