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손님이 문제일까
"비즈니스 모델 전반 돌아봐야"
넷플릭스에 11년만에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2022년 4월 19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가입자 숫자가 20만명 줄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매출은 상승세지만 넷플릭스 가입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입니다.
넷플릭스의 위기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계정공유에 따른 1억 가구 공짜손님이 직격탄을 날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초 월가는 넷플릭스가 1분기 270만명의 가입자를 새로 확보했을 것이라 예상한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250만명 증가를 예상했다.
실적이 발표되자 반전이 벌어졌습니다.
결과는 20만명 마이너스.
심지어 2분기에는 200만명의 가입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습니다.
애플, 디즈니 등 경쟁자의 등장으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 북미를 중심으로 가입자 상승세가 정체된 것이 눈길을 끕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 가입자 70만명이 감소했고,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며 가입자들이 구독료에 부담을 느껴 지갑을 닫는 것도 넷플릭스 충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계정공유가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는 평가입니다.
무려 1억가구에 달하는 가입자들이 공짜로 계정을 공유해 넷플릭스를 즐기며 상황이 나빠졌다는 분석입니다.
넷플릭스도 여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발표된 후 넷플릭스는 별도의 입장을 통해
"비동거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행위에 추가요금을 부과할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면서
"계정공유가 미래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를 실현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충격적인 가입자 감소의 배경에 계정구독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현안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도 필요합니다.
먼저 타이밍입니다.
전 세계를 괴롭힌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막 빠져나오는 바로 지금 넷플릭스의 가입자 하락이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팬데믹 기간 온택트 트렌드에 맞춰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둔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팬데믹은 종료되고 하늘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충격의 큰 줄기가 바로 팬데믹 종료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북미 이용자 감소 및 경쟁자의 등장이 겹쳤습니다.
물론 팬데믹 종료와 더불어 북미 시장 변화 및 경쟁자의 등장은 예상 가능한 변화였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 역시 타이밍의 문제입니다. 북미 지역의 가입자 감소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애플과 디즈니 등이 등판 초반을 지나 조금씩 시장에 안착했고, 여기에 팬데믹 종료 효과가 맞아 떨어지며 넷플릭스 충격이 본격화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비슷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물론 1억가구가 넘는 계정공유가 넷플릭스에 엄청난 타격을 준 것이 맞지만,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성장을 거듭하며 계정공유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최근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중요합니다. 계정공유 자체가 성장세에 들어간 넷플릭스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요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정점의 끝에서 바로 지금 여러가지 대외적 불확실성이 겹친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넷플릭스의 올해 1분기 충격적 실적은 타이밍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중심에 팬데믹 종료 여파가 있으며 그 동안 주변부에서 일렁거리던 악재들이 일제히 터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계정공유 문제도 심각하지만 이 역시 예상가능한 범주에 있었으며 오히려 넷플릭스의 양적 성장을 돕는 매개체라는 점을 되돌아 봐야 합니다.
한 발 더 들어가면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글로벌 IC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기술과 콘텐츠를 오가며 구독경제의 바람을 일으켰고 스트리밍에 중심을 둔 플랫폼 전략으로 수 많은 추종자들을 양성했습니다. 가입자들은 광고가 없는 넷플릭스에 환호했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을 포함한 양질의 콘텐츠로 보답했습니다. 구독공유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이 강력한 기초체력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만의 강력한 콘텐츠 투자와 광고가 없는 독특한 스트리밍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판을 키우기에는 적당하지만 그 이상의 성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들이 강력한 마케팅으로 출혈경쟁을 감수하고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하지만 이내 승자의 저주에 걸리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승자의 저주>
공통 가치 경매에서 경매 물품을 과대평가하여 실제 가치보다 큰 금액으로 낙찰받아 큰 손실을 보게 되는 현상.
경쟁에서 이겼지만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하여 이렇게 이른다.
그 연장선에서 팬데믹 '버프'를 받았던 넷플릭스가 결국 버프가 끝나가는 현재,
갑자기 터진 악재들에 시달리며 흔들리는 것이 정확한 상황판단입니다.
금과옥조로 여기던 넷플릭스의 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과옥조: 금이나 옥처럼 귀중히 여겨 꼭 지켜야 할 법칙이나 규정.)
넷플릭스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일단 난관을 이겨나기 위해 일단 계정공유 문제를 거론했지만,
사실 계정공유 문제의 해결은 기술적 조건만 바탕이 될 경우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계정공유라는 '골치가 아프지만 일단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난관'을 먼저 제시하며 충격파 상쇄에 따른 시간을 벌겠다는 복안(복안: 겉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입니다.
더 중요한 핵심은 구독료 인상 및 광고 적용 등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입니다.
전자의 경우 올해 초 이미 변화가 시작된 가운데 후자인 광고 적용 여부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지금까지의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기 때문입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지한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대신 광고를 보도록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하며 사실상 광고 적용 가능성에 힘을 보탠 상황입니다. 이는 넷플릭스의 난관 극복을 상징하는 한편, 넷플릭스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본질적 원인을 스스로의 넷플릭스 모델에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격렬한 망 이용료 분쟁을 벌이며 결사항전의 태세를 갖추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제 구름 위에서 내려와야 할 순간임을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출처:
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7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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