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로버트 쉴러 교수는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 (Robert Shiller)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시장의 역대급 과열로 버블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그는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거품을 지적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친 사고방식이 만연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로버트 쉴러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대가입니다.
그는 내러티브 경제학을 통해 2013년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한 바 있습니다.
내러티브 경제학이란 비이성적인 존재로 취급받던 서사가 경제를 이끈다는 주장입니다.
합리성이나 이성이 경제 현상을 만들어간다던 기존 경제학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입니다.
그는 내러티브 경제학의 근거로 비트코인을 제시했습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비트코인이 무정부주의를 뜻하는 아나키즘이란 서사와 함께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 때문에 추리물 같으면서도 낭만적인 서사가 비트코인에 입혔다고도 설명했습니다.
Robert Shiller로버트 쉴러 교수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현지 CNBC방송 '트레이딩네이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나는 글로 쓴 적은 없지만 늘 이렇게 지적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행동경제학의 대가인 그는 "나는 이 모든 게 중앙은행 (금융완화 정책)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군중심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쉴러 교수는 이어 인플레이션 공포가 궁극적으로 자산의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8% 급등, 2009년 이후 월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해 증시의 인플레 경계심은 한층 높아진 상태입니다. 교수는 특히 가상자산 시장이 시장 심리에 가장 취약하다고 봤습니다. 그는 "가상자산은 완전한 심리 시장이다. 무척 인상적"이라며 "가상자산의 궁극적 가치는 아주 모호해서 현실 아닌 우리가 어떻게 얘기하느냐에 좌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한때 가상자산 매입을 고려했지만 실제로 사지는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쉴러 교수는 "최근 몇 주 사이 주식과 가상자산의 기록적인 질주가 잠시 멈춰선 것 같다"면서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우려스럽다고 짚었습니다. "실질 가치 기준으로 집값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었다"며 "지난 100년을 망라하는 내 데이터가 말해준다"고 했습니다. S&P가 발표하는 미국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쉴러지수는 올해 2월 246.0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케이스-쉴러 지수
Case-Shiller Housing Price Index
미국 주택시장 동향을 알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제지표 중 하나로,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하는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 입니다. 케이스-쉴러 지수는 미국의 주택가격변동을 반영해 주택시장 동향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든 대표적인 지표로, 집계기준이 되는 뉴욕ㆍ시카고 등 미국의 주요 대도시 지역(MSA : metropolitan statistical area)을 대상으로 최소한 두 번 이상 거래된 단독주택가격 변화를 지수로 산출한 것입니다.
2000년 1월 지수를 100으로 기준합니다.
케이스-쉴러 지수는 개별MSA지수 20개, 10개 MSA를 종합한 10대 대도시지수(composite-10 index), 20개 MSA를 종합한 20대 대도시지수(composite-20 index), 전국지수 등 네 가지 종류로 구성됩니다.
S&P는 전국지수를 제외한 3종류의 지수를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9시(미 동부시간)에 2달 전 기준으로 발표하며, 전국지수는 2월ㆍ5월ㆍ8월ㆍ11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발표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인 칼 케이스(Karl Case)교수와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교수가 만든 주택가격지수가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이며, 지금은 신용평가회사로 유명한 S&P도 참여해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중 20대 도시가격지수 전월대비는 미국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가격지수에 대한 전월대비 변화량을 뜻합니다.
Robert Shiller로버트 쉴러 교수는 "
과거에도 주택 가격 상승이 주택 착공으로 이어졌다"면서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로버트 쉴러 교수는
"아직까지 시장에는 상당한 상향 모멘텀이 있다. 집값이 떨어지려면 1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3~5년 뒤를 보면 주택이 증가하고 가격이 떨어져 주택 구입 예정자에겐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쉴러 교수의 이 같은 평가는 최근 중앙은행들의 시장 거품 우려와 맞물리는 것입니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은행 역시 한목소리로 시장 과열이 금융시장 불안정을 촉발할 위험을 지적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가상자산 시장의 투기성을 문제 삼아 엄격한 단속과 규제를 약속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잇따르는 거품 경고 속에서 중앙은행들이 부양책을 축소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자칫 경제 회복을 막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쉴러 교수가 최근 언론에 등장한 시기가 묘합니다.
하필 CNBC와 인터뷰를 하던 당시 비트코인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하루에만 10.27% 하락하며 3933만원까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올해 비트코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던 그가 지금에야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트코인을 이끌던 서사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이끌던 서사의 동력이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초 비트코인 급등을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희미해진 게 그 원인입니다.
머스크 CEO는 단순 비트코인에 호재를 가져오던 인물을 넘어 메시아적 존재였습니다.
지난 2월8일 테슬라가 비트코인 15억달러(약 1조6725억원)가량을 매입했다고 공시하자 비트코인은 17.05% 상승했습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그가 도지코인 관련 게시글을 트위터에 올릴 때마다 도지코인은 말 그대로 요동쳤습니다.
쉴러 교수의 내러티브 경제학에 따르면 그는 서사를 퍼뜨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슈퍼 전파자’였습니다.
경제에 있어 매력적인 서사가 널리 퍼지기 위해선 마치 전염병의 숙주처럼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인물이 필요하다는 게 쉴러 교수의 주장입니다.
머스크 CEO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머스크 CEO의 변덕스러운 행동으로 더 이상 슈퍼 전파자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을 여전히 보유하는 중이라고 밝혔으며 북미 비트코인 채굴협회에 대한 지지 선언도 했지만 여전히 가상화폐 시장은 지지부진합니다.
하물며 머스크 CEO를 신봉했던 가상화폐 투자자들조차 시세조종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슈퍼 전파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가상화폐 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머스크 CEO를 능가하는 슈퍼 전파자가 나타나서 서사에 동력을 불어넣어야 가상화폐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며 “하지만 머스크 CEO만큼 기행을 하는 동시에 재력을 지닌 인물이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주 NXC 대표,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주 모두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머스크 CEO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서사에서 슈퍼 전파자를 대신한 것은 공포입니다.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시장에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머스크 CEO와 함께 비트코인 서사를 지탱해오던 것은 평범한 사람의 투자 성공기였습니다. 누군가가 몇 년 전부터 비트코인을 사 모아 억대 수익을 올렸다는 소문이 비트코인 서사에 동력을 불어넣던 일종의 연료였던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공포가 돌기 시작한 근거로 세력과 관련된 소문을 지목했습니다. 세력이 가상화폐 시장에 개입해서 시세를 끌어내린다거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말하지만 이 역시 공포에서 비롯된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오를 땐 가치가 있어 상승한다고 하는 반면 내릴 때만 유독 세력이 부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가상화폐 시장에서 유독 세력이 과하게 언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네이버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 비트맨에서 비트코인이 급등하던 지난달 9~16일까지는 596개의 글들이 제목에서 세력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급락하던 이달 16~23일엔 세력이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게시물 개수는 총 655개로 더 많았습니다. 사실 지난달에도 세력 관련 게시물은 비트코인 상승세보다는 알트코인의 급락 혹은 변동폭이 극심한 알트코인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공포가 가상화폐 시장에 생길 경우 ‘자기총족적 예언’의 성격을 띨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란 누군가가 예언하고 예측한 것이 그대로 현실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공포가 실제 폭락으로 이어지거나 새로운 공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홍 교수는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들이 계속해서 세력이나 공포를 언급한다면 결국 스스로를 잡아먹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서사가 꺾이기 시작한 현재 쉴러 교수의 내러티브 경제학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장의 미래는 그다지 밝진 않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의 서사가 전염병의 확산, 그리고 종식과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고 주장했습니다. 쉴러 교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전염병의 확산세가 감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격리입니다. 환자와의 접촉을 줄여 확산세에 제동을 거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자연적 감소입니다. 전염병에 감염된 사람이 죽거나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생긴다면 전염병은 자연스레 사라집니다.
비트코인도 격리, 자연적 감소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비트코인을 더 이상 접하지 못하도록 격리하려는 국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7년부터 가상화폐 거래, 보유를 금지했습니다. 최근 한 술 더 떠 채굴까지도 막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서는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부지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까지도 제재를 가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역시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탈세 및 자금세탁을 이유로 조사하거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관련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접하기 어렵도록 국가에서 부정적 신호를 계속해서 던지는 셈입니다.
자연적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오는 9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의 기준을 맞추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예고되는 상황입니다. 가상화폐 시장의 참여자들이 전염병 속에서 버티질 못하고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가상화폐 거래소 감염자 수가 올해 들어 매달 증가했지만 비트코인 상승세가 멈춘 5월부터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비트코인 서사에 대해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쉴러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서사를 퍼뜨리는 감염자의 수가 잠시 늘었다가 뒤이어 서사에 흥미를 잃고 대화량이 감소하는 것과 전염병의 확산 및 감소 패턴이 동일하다”고 지적합니다.
지금은 부정적 이야기일지라도 비트코인 관련 이야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 때는 시세가 폭락할 수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란 말이 적합한 상황입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크루그먼 교수도 가상화폐에 비판을 가했습니다.
지난 21일 크루그먼 교수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비트코인은 화폐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며
“효용을 찾을 수 없는 비트코인에 투자가 몰리는 것은 단순히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며 이는 다단계 사기 수법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외서도 가상화폐 시장에 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류허 중국 부총리는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에서 "비트코인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위협을 가한다"며 "비트코인 거래와 채굴을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역시 가상화폐 규제를 준비 중이지요. 지난 2021년 5월 20일 미 재무부는 1만달러(약 1127만원) 이상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들을 의무적으로 국세청에 보고토록 하는 규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자금세탁 및 탈세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게 미 정부의 목적입니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부진 속에 이 같은 비판과 규제들이 나오자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5월 24일 오후 2시51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0.61% 하락한 4232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오전 1시39분 3933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이 3000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월5일 이후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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