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는 손님맞이 리모델링… 학교는 수학여행 준비
코로나에 뺏긴 ‘봄’이 오나 봅니다
지난 2022년 4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골목.
코로나 이전엔 한옥을 개조한 카페나 식당이 많아 외국인과 젊은 층이 몰렸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2년간 문이 닫히고 불이 꺼진 가게가 늘어난 곳입니다. 100m쯤 되는 이 골목에도 점포 15곳 중 4곳이 문을 닫은 상태. 하지만 이날 문 닫은 곳 중 2곳에선 일식 덮밥 집과 파스타 가게 입점을 앞두고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한동안 ‘임대 문의’ 글귀가 붙어있던 그 옆의 또 다른 가게도 브런치 카페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이날 임대 계약이 성사됐다고 했습니다. 공인중개사 이원호(53)씨는 “올 하반기에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리란 기대가 있어서 그런지 최근 이 부근에 자리를 알아보는 문의가 하루 2~3통씩 꾸준히 온다”고 했습니다.
지난 2년간 국민들의 자유로운 생활을 통제해왔던 방역 수칙이 최근 잇따라 완화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을 밤 11시에서 12시로, 사적 모임 인원은 8명에서 10명으로 늘렸습니다. 백신 접종자에게는 ‘입국 후 격리’를 면제해줬고, 다음 달부터는 해외로 향하는 국제선 비행기 운항도 늘어납니다. 이달 중순부터는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그간 코로나로 움츠렸던 서울 시내 곳곳 상권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중단됐던 수학여행도 올해 되살아날 조짐을 보입니다.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초·중·고·특수학교 1347곳을 조사했더니 432곳(32%)이 “올해 수학여행을 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서울 학교 세 곳 중 한 곳꼴입니다. 특히 고등학교는 절반 이상(58%)이 1박 2일 이상의 수학여행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5~7일 둘러본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서는 “이제는 정말 코로나 사태가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서울 종로 경복궁 일대나 이태원, 명동 등 관광객이 빠져나갔던 거리에서 2년간 긴 침체를 겪은 자영업자들은 손님맞이 채비를 조금씩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6일 찾아간 서울 종로 경복궁역 4번 출구. 걸어서 5분 이내에 한복 대여점 7~8곳이 몰려 있는 곳입니다.
그중 2곳이 리모델링을 마친 뒤 영업 중이었고, 1곳은 리모델링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이모(65)씨는 이곳 주변 노래방을 넘겨받아 5월에 한복 대여점을 열기로 하고 새로 단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코로나로 여행을 다니지 못한 데 대한 보상 심리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로 임시 휴업했다가 8월 이곳에 다시 가게를 열기로 했다는 김모(48)씨도 “요즘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는 손님이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용산구 이태원 세계 음식 문화의 거리 분위기도 비슷했습니다.
세계 각국 전통 음식점 분위기를 낸 가게들이 모인 이 거리에서도 2곳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4500만원을 들여 2주 전부터 가게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는 권모(31)씨는 “외국인들의 ‘고향의 맛’을 겨냥해 미국과 멕시코 음식 전문으로 가게를 바꿨고, 직원도 6명을 새로 뽑았다”고 했습니다.
중구 명동 일대에서도 곳곳에 리모델링 중인 건물이 보였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90%에 달해 코로나 사태의 최대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지금도 곳곳에 ‘임대 문의’ 플래카드 등이 내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5일 둘러본 명동성당에서 명동파출소 사이 골목 3군데에서 공사 중인 건물만 6곳에 달했습니다. 지난달 명동에서만 리모델링 계약 3건을 맺었다는 건축사 정회철(65)씨는 “보통 리모델링에 3억원 정도 들어가는데,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건물주들이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명동 한 건물을 보유한 김모(53)씨는 “지난주부터 임대 문의만 10건 넘게 받았는데, 좋은 임차인을 구한다면 월 임대료를 깎아서라도 모시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국창업센터 김태환(40) 대표는 “영업 제한이 풀릴 때를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몰리며 창업 문의 전화가 한 달 전보다 20% 늘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그간 코로나로 위축됐던 상권에서는 “좋은 가게를 권리금 없이 인수할 수 있다”는 말이 돌면서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항공·여행업계에서도 ‘코로나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정부가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 규모를 코로나 사태 이전의 5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회복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을 찾을 때나 우리 국민이 외국 여행을 떠날 때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입국 후 격리’도 지난 21일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여행사 ‘참좋은여행’의 경우,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해외여행 예약자는 1만464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052명)보다 7배가 됐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5만8100명)과 비교하면 아직 4분의 1 수준이지만,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홈쇼핑업체도 잇따라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 3일 4000여 명에게 북유럽 여행 패키지 상품 260억원어치를 판매했습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여행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했다”고 했습니다.
CJ온스타일은 지난달 27일 서유럽 패키지 상품을 150억원어치, 지난 3일 북유럽 패키지 상품을 253억원어치 팔았습니다.
항공사도 노선을 늘리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5월 하와이 노선을 주 3회에서 5회로, 파리는 주 3회에서 4회로, 괌은 주 2회에서 4회로 각각 증편합니다.
아시아나항공도 LA 노선을 주 10회에서 11회로, 시드니 노선을 주 2회에서 3회로 늘릴 계획입니다.
LCC(저비용 항공사)인 제주항공도 5월 마닐라, 나리타, 오사카 노선 증편을 검토 중입니다.
출처:
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04/08/MH7LQYESEJBPTAFQQS7GHFZHEA/?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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