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암호화폐 탈세방지 본격적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탈세 방지에 본격 나섰습니다. 1만 달러 이상 거래할 경우 반드시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고액의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가상화폐 규제에 나선 것입니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금융 규제기관들이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에 본격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등 관련 중개기관들은 고객의 1만달러 이상 거래 내역에 대해 국세청 보고가 의무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법인의 거래 내역도 신고 대상에 포함될 전망입니다. 이런 조치를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단계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CNBC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2021년 5월 20일(현지시간) 1만 달러 이상 암호화폐 거래를 할 경우엔 국세청에 의무 신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날 재무부는 “암호화폐가 탈세를 비롯한 불법 행위에 활용되는 사례들이 광범위하게 포착되고 있다”면서 “국세청에 암호화 자산의 성장을 살펴볼 추가 자산을 포함시킨 건 그 때문이다”설명했습니다. 재무부는 또 새로운 금융회계 보고 체제에선 암호화폐 거래 및 지불 서비스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시장 가치 1만 달러를 웃도는 암호자산을 주고 받을 경우엔 현금 거래처럼 보고하도록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1만달러 이상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과세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입니다. 또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까지 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고액의 가상화폐가 범죄 대가로 지급되는 등 탈법을 양산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자 나섰습니다. 사이버공격으로 지난 2021년 5월 6일부터 12일까지 가동을 중단했던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 콜로니얼파이프라인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해커들에게 440만달러의 비트코인을 지급하고 나서야 송유관 운영을 정상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규제는 콜로니얼파이프라인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법 집행당국과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와 관련한 투명성 부족 탓에 랜섬웨어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해왔다"며 "이번 조치로 정부는 해커들로부터 가상화폐 지급을 요구받은 미국 기업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방안은 재무부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함께 논의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SEC 위원장으로 내정되기 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블록체인을 강의했습니다. 그는 규제당국 수장이 된 이후 감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의회 등에서 밝혀왔습니다.
미국 재무부의 이 같은 발표가 나온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 흐름이 꺾였습니다. CNBC에 따르면 이날 9% 이상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재무부 발표 이후 조금 떨어지면서 상승률이 1.6%로 줄어들었습니다.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단호한 탈세금지 조치의 일환으로 나왔습니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실제로 납부된 세금은 추산 세액에 비해 6천 억 달러 가량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캐나다와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가상화폐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융 시스템 점검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금융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고유한 특징과 빠른 진화 속도를 감안할 때 가상자산을 분류하고 규제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고 했습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금융안정국장은 "가상화폐 변동성에 대한 노출이 커지면 금융 안정성에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가상화폐 시장에 악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양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가 가상화폐 거래 신고 기준선을 1만달러로 설정한 것은 '고액현금거래보고(Currency Transaction Report·CTR)' 제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미 금융회사들은 예금, 출금, 환전 등 각종 금융 거래 시 1만달러가 넘는 현금 거래에 대해 국세청(IRS)에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기초 자료 수집 목적이 강합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1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2006년 도입 당시 5000만원이 기준선이었고, 점차 기준선이 낮아져 현재는 1000만원입니다. 이 기준선은 미국이 1만달러 거래에 대해 CTR를 의무화한 것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TR는 피싱 등 정상적이지 않은 금융 거래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 그간 기초 거래 내역이 파악되지 않아 과세 대상에서 빠졌던 가상화폐 거래 내역 파악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 국세청 인력을 증원해 가상자산 거래 관련 세제 업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구체화한 첫 번째 조치가 가상화폐 분야의 CTR 의무를 만든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차익이 발생할 경우 주식 거래와 똑같이 과세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산을 1년 이내에 매각하면 본인의 소득세율(10~37%)에 따라 납세의무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1년 이상 보유한 후에 매각하면 세율은 0~20%로 내려갑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가상화폐, 특히 달러에 가치를 연동시킨 '스테이블코인'을 거론하며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사용자뿐 아니라 보다 넓은 금융 시스템에 잠재적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역시 단호하게 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겐슬러 위원장은 이날 "기술이 항상 진화하듯이 시장도 진화한다"며 "SEC는 가상화폐, 사이버공격, 핀테크 등 이슈를 다룰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이 해트필드 뉴욕 인프라캐피털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된 재무부 규제를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하며 추가 규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규제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장 마크 보네파우스 텔루리언캐피털 매니저는 "가상화폐 시장은 단기적으로 하락 위험이 남아 있다. 시장이 단숨에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규제가 빠른 시세 회복을 억누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면서 연준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입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입니다. 연준은 올여름 그간 연구해온 CBDC 관련 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CNBC가 이날 보도했습니다. 보스턴연방준비은행이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함께 연준의 디지털화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파월 의장이 "CBDC 도입은 의회와 정부, 광범위한 대중으로부터 승인받을 필요가 있다"며 "서두르지 않겠다"고 언급했던 것과 많이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중국 정부가 CBDC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연준의 준비 속도에 탄력이 붙는 모습입니다. 지난 2월 중국 당국은 춘제(중국 설)를 맞아 베이징 시민 5만명에게 디지털위안을 200위안(약 3만4000원)씩 지급했습니다. 특히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디지털위안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CBDC에 대해 "미국 가계와 기업들에 광범위한 혜택을 제공할 안전하고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준은 CBDC가 현금과 공존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이런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규제 집행 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신임 위원장은 암호화폐 시장 내 불법 활동에 대한 공격적인 규제 집행을 예고했습니다.
2021년 5월 20일 CNBC에 따르면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SEC위원장은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의 컨퍼런스에서 "신흥 기술 발전을 지속적으로 따라가고 있다"면서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사이버, 핀테크 관련 문제에 대해 기소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겐슬러 위원장은 "SEC는 금융 시스템에서 발견되는 모든 부정 행위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EC가 감독하는 약 100조 달러 규모의 자본시장에 대해 어떤 두려움도 호의도 없이 개인과 기업에 책임을 붇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SEC위원장은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사기성 사모펀드, 분식회계, 내부자 거래 등을 비롯해 자본 시장을 흔드는 규제 허점 등이 추적 대상이 될 전망입니다. SEC위원장은 "범죄자가 일반 가정의 자산을 가지고 장난할 수 없도록 규제 당국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면서 "공격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규제를 집행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SEC위원장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 가능성도 보였습니다.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SEC위원장은 "의회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면서 "비트코인 거래소의 경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등록 및 규제 수립 권한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SEC위원장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일반 대중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SEC위원장은 인준 청문회나 인준 통과 후 청문회에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을 위한 암호화폐 규제 강화 의사를 피력해왔습니다. 미 국세청(IRS)의 과세 강화부터 산업 친화적 규제에 대한 통화감독청(OCC)의 재검토 작업까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있습니다. 시장을 흔드는 압력이 아닌, 질서 있는 시장 성장을 돕는 규제 발판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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