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밀리고 중국에 치였던 위기의 동대문은 기술 스타트업과 협업하며 세계 무대에서 누빌
‘동대문표 K패션’을 꿈꾸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패션의 최대 집적지, 동대문이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습니다.
“동대문으로 올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는데 동대문(패션 사업자들)이 제각각이다 보니 기회 손실이 많죠.
누군가 이것을 경쟁력 있는 모양새로 풀어 낼 수 있으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각각으로 존재하는 것을 하나로 묶어 관리해 주고 그것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풀어 낼 수 있다면 해외에서 오는 오더도 받을 수 있죠.”
2010년 서울시는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맥을 못 추고 위기를 맞은 동대문 패션 상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를 부탁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당시 이지현 세종대 유통프랜차이즈연구소 초빙연구원은 전문가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제언을 들었습니다.
당시 인터뷰에 응한 한 패션 전문지의 민 모 부사장은
“동대문을 한국형 글로벌 SPA 브랜드 메카로 육성해야 한다”며
“각자는 경쟁력이 없으므로 이들을 잘 결합해 한국형 글로벌 브랜드 육성에 협업 형태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식은 동대문 패션 상권의 시스템을 온라인에 올려 통합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그의 제언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위기의 동대문은 온라인으로 옷을 갈아입고 글로벌을 향한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기술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동대문에 닻을 올린 기술 스타트업들은 보수적이었던 동대문 패션 사업 구조를 온라인에 올리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동대문시장은 오랫동안 A4 용지와 전화, 대면으로만 거래가 이뤄져 왔습니다. 영수증과 세금계산서도 모두 수기로 작성돼 온 아날로그 시장입니다. 또한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며 빈번하게 입고 지연(업계 용어는 ‘미송’)이 걸리고 환불이 불가능한 시장 고유의 특성을 가졌습니다. 의류에서부터 잡화·액세서리·부자재까지 모든 상품을 사입할 수 있지만 야간에 활성화돼 있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간 약 15조원으로 추산되는 이 시장에서 젊은 창업가들은 가능성을 봤습니다.
이들은 다수가 동대문의 위기를 말할 때 동대문 패션 상권의 강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른바 ‘1km’ 경쟁력입니다.
동대문 패션 상권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패션 클러스터를 자랑합니다.
동대문 1km 반경 내에서 원부자재와 봉제 공장, 패션 상가 등 관련 산업이 집적돼 있어 패션 상품의 기획·생산·판매·유통이 완결되는 매우 독특한 구조입니다.
섬유 산업이 발달한 1960년대부터 동대문에는
원단 수급에서부터 디자인·소량 생산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의류 제조가 이뤄질 수 있는 클러스터가 갖춰져 있습니다.
중국 베트남 등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는 하지만 반경 1km 이내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패션 산업 집적지는 동대문이 최초입니다.
동대문에는 원부자재 최대 공급처인 동대문종합시장을 비롯해 평화시장·통일시장·동화상가에서는 부자재·라벨·자수 등 세부 작업이 가능합니다. 또한 봉제 공장은 현재 창신동과 장위동을 포함한 성북구·강북구·중랑구 일부에 퍼져 있습니다.
또 다른 강점은 생산 단계별로 작업이 세분화·전문화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생산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기술 스타트업들은 원단·봉제·디자인·패키징이 모두 한 곳에서 가능한 동대문이 ‘글로벌 패션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동대문 패션 상권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른바 ‘동타트업’으로 불리는 기술 기업 입니다.
딜리셔스
“패션 클러스터 동대문의 가치를 시스템화”
‘동대문계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습니다.
매월 13만 명의 유저가 이용하고 매일 7만 명의 유저가 사용하는 딜리셔스의 ‘신상마켓’입니다.
동대문 패션 사업자들에게 ‘신마’로 통하는 이 앱은 오프라인으로만 이뤄지던 동대문 패션 B2B 거래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대문 도매 사업자와 전국 패션 쇼핑몰 소매 사업자를 연결해 도매상인은 더 많은 소매상인에게 옷을 팔 수 있도록 하고 소매상인은 동대문 시장에 오지 않더라도 동대문 패션 상품을 탐색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2013년 창업자인 김준호 대표는 1만 장의 전단지를 찍어 동대문 도매상인에게 돌렸습니다. 오프라인 경험 그대로를 온라인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사업자들도 신상마켓의 편리함에 하나둘 가입했습니다.
도소매업자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현재는 동대문 도매 사업자의 80% 이상,
전국 소매사업자 22만 명이 신상마켓을 이용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2017년 10명이 채 안 됐던 직원 수는 6년 만인 2019년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누적 거래액이 많아질수록 투자 가치도 커졌습니다.
지난해 3월 네이버의 글로벌 이커머스 사업 파트너로 선정되며 누적 투자액 255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최초의 동대문 패션 B2B 플랫폼으로 시작한 신상마켓은 지금 1등 사업자로서 입지를 굳히며 동대문 시장 생태계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신상마켓 서비스의 목적은 ‘세계 유일의 패션 클러스터 동대문의 가치를 시스템화 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도소매업자 연결에서 더 나아가 풀필먼트 서비스(fullfillment service : 통합 물류 대행)인 ‘딜리버드’를 정식 출시했습니다.
딜리버드는 동대문 사입, 의류 검수·검품, 재고 관리, 고객 위탁 배송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신상마켓의 풀필먼트 서비스입니다.
동대문을 잘 아는 딜리셔스의 딜리버드 팀이 직접 도매 사입을 진행하고 전 제품을 검수해 물류 업무까지 진행합니다.
소매 사업자가 마케팅과 고객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쇼핑의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유료 서비스이지만 동대문에 직접 오기 어려운 소매 사업자들의 선택을 받아 딜리버드 누적 이용자는 4월 기준 1960명으로 성장했습니다. 누적 입점 문의는 2544건입니다.
딜리셔스의 앞으로의 목표는 동대문표 K패션의 세계화입니다.
장홍석 공동대표는
“동대문이 가진 잠재력을 온라인으로 최대한 전환하고 결국 글로벌까지 동대문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것이 딜리셔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링크샵스
“365일 닫히지 않는 온라인 동대문 도매시장”
링크샵스 역시 동대문 도매시장을 스마트폰 안으로 옮겨 온 B2B 패션 플랫폼입니다.
서경미 링크샵스 대표는 미국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의류 도매시장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3년간 도매상으로 일하며 동대문 생태계를 파악했습니다.
도매상·사입삼촌·바이어들과 네트워크를 쌓은 서경미 대표는 도매상들을 설득해 2016년 사이트를 구축했습니다.
사입 스트레스와 어려운 동대문 정산·미송 시스템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실시간 주문 확인부터 사입삼촌을 통한 구매 대행, 세금계산서 처리까지 중간 유통 과정은 모두 링크샵스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링크샵스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27개국 해외 바이어들의 동대문 도매 사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해외 바이어의 가입률이 50% 가까이 증가하며 전년 대비 2배 성장한 해외 바이어 거래액을 기록했습니다.
올 1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거래액으로 마감하며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누적 투자액은 약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디
“네이버 손잡고 K패션의 글로벌 시장 진출 목표”
브랜디는 동대문 기반의 풀필먼트 서비스 통합 관리 시스템을 개발·운영하는 정보기술(IT) 스타트업입니다.
지난해인 2020년 9월 네이버에서 100억원,
지난 4월 KDB산업은행에서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을 정도로 최근 가장 핫한 ‘동타트업’으로 떠올랐습니다.
브랜디는 2016년 여성 앱 브랜디, 2018년 남성 앱 하이버, 2021년 6월 육아 앱 마미를 출시한 모바일 쇼핑몰이었으나 2018년 동대문 상품 소싱부터 배송, 고객만족(CS) 등의 통합적인 주문 이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선보이며 동대문 풀필먼트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브랜디는 최근에 동대문 풀필먼트 통합 관리 시스템인
‘FMS’를 한국 최초로 자체 개발해 브랜디 풀필먼트 시스템 전체 고도화에 나섰습니다.
판매자가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에 상품을 등록하기만 하면 FMS가 자동으로 판매처와 풀필먼트 기초 데이터를 연동해 판매자의 주문 취합부터 사입·적재·보관 등 풀필먼트 전 과정을 통합해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브랜디는 한국 최초로 동대문 패션 시장에 총면적 7200㎡(2200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열었습니다.
올해에는 2차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해 총 1만3200㎡(4000여 평) 규모로 확장합니다.
현재 월 100만 건의 물동량을 3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브랜디의 가장 큰 수확은 네이버와의 협업입니다.
지난해인 2020년 9월 네이버의 투자 유치에 이어 올해에는 양 사가 동대문 패션 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동대문 패션 산업의 디지털화 및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동대문 패션 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상품을 수급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네이버 플랫폼과 연동되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로 확장시켜 동대문 패션 사업자들의 글로벌 판로 확대를 모색하는 등 사업 확장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KDB산업은행에서 100억원의 투자 유치도 이끌어 냈습니다.
브랜디의 최종 목표는 동대문 생태계 활성화에서 더 나아가 K패션의 글로벌 시장 진출입니다.
온라인에 밀리고 중국에 치인 동대문, 기술 스타트업 등장에 세대교체하며 해외 겨냥
세계 5대 패션 클러스터 중 하나…1990년대 수준 물류와 거래 시스템에 혁신 가져와
출처: 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10722940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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